“(사용자의) 모든 입력은 오류입니다.”
이 문장은 미국의 유명한 테크 유튜버 MKBHD가 테슬라의 Model S Plaid 자동차 리뷰 영상을 홍보하면서 올린 트윗에 일론 머스크가 댓글을 달면서 다시 한번 언급한 말이다. 리뷰 영상에는 운전자가 자동차를 주행하기 위해 조작해야 하는 메뉴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방향지시등이나 경적, 기어 작동 방식이 기존 운전자들이 경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고, 대부분 물리적인 버튼이 아니라 터치 센서로 되어 있어 인식 과정에서 오류가 종종 발생해 불편함을 가중시킨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는 완전자율주행을 목표로 하는 자동차의 입장에서 볼 때, 사용자의 조작은 그저 오류에 불과하며, 사용자는 점점 더 버튼을 신경 쓰지 않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개선의 여지는 손끝으로 느껴지는 볼록한 버튼의 감촉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터치스크린 안으로 사라진다.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메뉴를 조작하며 이동하는 것이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미 누구나 여러 차례 경험한 오류는 무엇이 있을까? 공들여 문서를 작성한 뒤, 마지막 저장 과정만을 앞두고 “이 문서를 저장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 앞에서 당당히 ‘아니오’를 누르고 창을 빠져나온다거나, 심혈을 기울여서 설정한 특수문자, 영어, 숫자가 조합된 비밀번호를 몇 번이나 잘못 입력해서 결국 재발급을 받거나, 아무리 생각해도 송금한 기억이 없는데, 계좌에서 거금이 인출된 것을 발견하고 해킹을 당했다며 은행 담당자와 한참을 실랑이하고 난 다음, 문 앞에 놓인 택배를 발견한다거나, 이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입력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에 당황하고, 놀라고, 허탈해한다. 그리고 단 몇 분 전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아! 맞다!”를 외치며 계좌에서 사라진 돈이 새벽에 충동 구매한 결과임을 깨닫고, 과거의 자신과 이마에 하이파이브하는 인간을 컴퓨터와 같은 기계는 어떻게 바라볼까?
디지털 코드로 작성된 프로그램과 이에 연동하여 움직이는 기계장치가 오작동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애초에 코드 작성에 실수가 있었거나, 볼트 하나를 덜 조인 누군가의 업적이겠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능이 낮은 컴퓨터로 과도한 업무를 구동하다가 갑자기 툭 꺼지는 일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상황을 변명으로 늘어놓기에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렇게 효율이 떨어지는 인간의 활동을 돕고자 기계는 5분 간격으로 작성된 문서를 클라우드cloud에 저장하고, 누가 봐도 해킹하기 어려운 랜덤 생성 비밀번호를 자동 완성해준다. 오류는 디지털 세계에 초대된 인간에게 허락된 유일한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Decoding Models는 인간이 현실과 디지털을 오가며 떨어뜨리는 오류들을 주머니에 주워 담는다. 특히 우리는 매 순간 오류 만들기에 정성을 다하는 동시대 미술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일종의 인코딩encoding이라면, 작품을 감상하고 분석하는 것은 디코딩decoding으로 볼 수 있다. 인코딩과 디코딩은 현실과 디지털 환경에서 무언가를 교환할 때 작동하는 구조이다. 이를테면 인코딩은 문자, 숫자, 이미지 등 인간이 인지 가능한 형태의 데이터를 0과 1이 조합된 신호로 코드화하는 것이며, 반대로 디코딩은 컴퓨터가 인식한 데이터 배열을 그림이나, 이미지, 소리로 변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인코딩과 디코딩을 거치면서 데이터는 필연적으로 변형되거나 왜곡된다. 이 프로젝트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동시대 미술이 교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과 교환 방식에 대해 살핀다. 우선, 교환의 대상을 하나의 모형model으로 간주하고, 모형이 생성되는 시점으로부터 복사되거나 또 다른 모형에 붙여 넣어지고 수정되어가는 과정을 추적하여 계속해서 웹사이트에 임시 저장할 것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손을 놀리는 행위는 프로그램 안에서 여러 명령어를 혼합하고 변주하며 클릭에 클릭을 더하는 일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작가는 모형의 버텍스vertex 포인트를 잡아당겨 크기를 변형하고, 흰색 면에 페인트 버킷bucket으로 벽돌이나 대리석 이미지를 쏟아붓는 등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변수값을 조정한다. 포토샵의 필터 메뉴를 꺼내 주문한 명령어를 들여다보면, 필연적으로 작품에 담긴 주제와 만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선택의 기저에는 특정한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실험’하는 작품을 마주하는데 이 방식은 꽤나 유용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험에는 모형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동시대 미술이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디지털을 아예 활용하지 않거나, 디지털은 단순히 도구에 불과하다며 작품의 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상관없어 보이는 그 도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 우리 주변엔 현실과 디지털 사이를 무한히 왕복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웹사이트 안에 있고, 여전히 오류를 입력할 뿐이다.
웹사이트에 저장되는 모형은 미술뿐만 아니라, 어느 CEO의 밈코인 트윗에서부터 그 입 다물라고 자조하는 예능 방송 출연자의 메시지까지 다양하다. 또한, 이번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의 참여 작가인 류한솔과 홍진훤은 우리와 출품작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웹사이트 메인 화면에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미모티콘은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메뉴를 조작하며 이동하는 것이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미 누구나 여러 차례 경험한 오류는 무엇이 있을까? 공들여 문서를 작성한 뒤, 마지막 저장 과정만을 앞두고 “이 문서를 저장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 앞에서 당당히 ‘아니오’를 누르고 창을 빠져나온다거나, 심혈을 기울여서 설정한 특수문자, 영어, 숫자가 조합된 비밀번호를 몇 번이나 잘못 입력해서 결국 재발급을 받거나, 아무리 생각해도 송금한 기억이 없는데, 계좌에서 거금이 인출된 것을 발견하고 해킹을 당했다며 은행 담당자와 한참을 실랑이하고 난 다음, 문 앞에 놓인 택배를 발견한다거나, 이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입력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에 당황하고, 놀라고, 허탈해한다. 그리고 단 몇 분 전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아! 맞다!”를 외치며 계좌에서 사라진 돈이 새벽에 충동 구매한 결과임을 깨닫고, 과거의 자신과 이마에 하이파이브하는 인간을 컴퓨터와 같은 기계는 어떻게 바라볼까?
디지털 코드로 작성된 프로그램과 이에 연동하여 움직이는 기계장치가 오작동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애초에 코드 작성에 실수가 있었거나, 볼트 하나를 덜 조인 누군가의 업적이겠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능이 낮은 컴퓨터로 과도한 업무를 구동하다가 갑자기 툭 꺼지는 일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상황을 변명으로 늘어놓기에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렇게 효율이 떨어지는 인간의 활동을 돕고자 기계는 5분 간격으로 작성된 문서를 클라우드cloud에 저장하고, 누가 봐도 해킹하기 어려운 랜덤 생성 비밀번호를 자동 완성해준다. 오류는 디지털 세계에 초대된 인간에게 허락된 유일한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Decoding Models는 인간이 현실과 디지털을 오가며 떨어뜨리는 오류들을 주머니에 주워 담는다. 특히 우리는 매 순간 오류 만들기에 정성을 다하는 동시대 미술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일종의 인코딩encoding이라면, 작품을 감상하고 분석하는 것은 디코딩decoding으로 볼 수 있다. 인코딩과 디코딩은 현실과 디지털 환경에서 무언가를 교환할 때 작동하는 구조이다. 이를테면 인코딩은 문자, 숫자, 이미지 등 인간이 인지 가능한 형태의 데이터를 0과 1이 조합된 신호로 코드화하는 것이며, 반대로 디코딩은 컴퓨터가 인식한 데이터 배열을 그림이나, 이미지, 소리로 변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인코딩과 디코딩을 거치면서 데이터는 필연적으로 변형되거나 왜곡된다. 이 프로젝트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동시대 미술이 교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과 교환 방식에 대해 살핀다. 우선, 교환의 대상을 하나의 모형model으로 간주하고, 모형이 생성되는 시점으로부터 복사되거나 또 다른 모형에 붙여 넣어지고 수정되어가는 과정을 추적하여 계속해서 웹사이트에 임시 저장할 것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손을 놀리는 행위는 프로그램 안에서 여러 명령어를 혼합하고 변주하며 클릭에 클릭을 더하는 일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작가는 모형의 버텍스vertex 포인트를 잡아당겨 크기를 변형하고, 흰색 면에 페인트 버킷bucket으로 벽돌이나 대리석 이미지를 쏟아붓는 등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변수값을 조정한다. 포토샵의 필터 메뉴를 꺼내 주문한 명령어를 들여다보면, 필연적으로 작품에 담긴 주제와 만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선택의 기저에는 특정한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실험’하는 작품을 마주하는데 이 방식은 꽤나 유용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험에는 모형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동시대 미술이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디지털을 아예 활용하지 않거나, 디지털은 단순히 도구에 불과하다며 작품의 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상관없어 보이는 그 도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 우리 주변엔 현실과 디지털 사이를 무한히 왕복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웹사이트 안에 있고, 여전히 오류를 입력할 뿐이다.

웹사이트에 저장되는 모형은 미술뿐만 아니라, 어느 CEO의 밈코인 트윗에서부터 그 입 다물라고 자조하는 예능 방송 출연자의 메시지까지 다양하다. 또한, 이번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의 참여 작가인 류한솔과 홍진훤은 우리와 출품작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웹사이트 메인 화면에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미모티콘은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