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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은 광고를 포함한 제한적인 무료 사용 또는 구독 형태의 월/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에 담긴 여러 가지 기능에 위계를 부여하고, 기능 활용에 제한폭을 두어 자신의 몸체(기능)를 분절한다. 또한, 구독 결제 서비스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발전과 활성화에 힘입어 무형의 자산을 시간으로 분절한다.

유튜브에서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은 거의 모든 영상에 등장하는 템플릿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틱톡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 템플릿이 유독 유튜브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조회수가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독은 경제와 직결된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소유의 종말』에서 “미래의 경제생활은 물건에 대한 소유가 아니라 서비스와 경험에 대한 접속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종말 대신 ‘임대’의 세상이 도래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콘텐츠들을 잠시 빌려 쓰는 미소유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아포리즘이 말 그대로 현현한다.

유튜브 구독경제는 영상 콘텐츠의 타임라인을 분절한다. 영상의 편집 문법인, 자르고 붙여넣기cut & paste 사이에 영상과 관련이 없거나 혹은 관련이 밀접한 시간(광고)을 삽입한다. 이 감각은 영상을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외국어 내레이션이 그렇다. 자국의 언어를 자르고 외국어를 붙여넣기 하는 감각은 생경함이나 거리 두기의 효과를 얻는 것도 있지만, 수직적으로 분절된 타임라인을 조작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타임라인의 레이어를 떠올려보자. 디지털 편집은 수평적으로 잘려 나간 자리에 끼어들어 가는 영상의 확장뿐만 아니라 위아래로 켜켜이 쌓이는 클립들의 순서놀이가 되었다. 클립들의 타임라인은 시간 위에 시간을 쌓으며 동시에 흐른다. 영상 안에 시간’들’은 따로 또 같이 흐르며 시간 감각을 분절한다.

지상파 방송도 유튜브 문법을 따른 지 오래다. 티비를 보고 있으면 지금 시청하고 있는 방송이 재방송인지 실시간 방송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사실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도, 유튜브로 찾아보거나 언젠가 티비를 켜면 같은 방송을 마주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튜브를 보다가 갑자기 광고가 나와도 짜증을 내지 않는 것처럼, '놀라운 토요일'을 시청하다가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광고를 시청하고 있는 자신이 어색하지 않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당하고 있다.